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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Institute for Advanced Engine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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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8-05

[논단]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전략

작성자 : 고등기술연구원      조회수 : 2,048

※ 이번 호부터 본지 논단 필진에 염충섭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이 함께한다. 염충섭 연구위원은 현재 한국 시스템엔지니어링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 한국기계학회 플랜트부문 이사를 맡고 있다. 또한 캐나다 최대의 원자력 과학 기술 연구소 AECL(Atomic Energy Canada Ltd.) 연구원과 ㈜STI 연구소장을 거쳤고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미래성장동력추진단 단장을 역임했다. /편집자 주

지난 수십여 년 동안 수출 일꾼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던 플랜트엔지니어링 기업들이 최근 많이 힘들어한다. 앞으로 10년 후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우선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침체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자.

시장변화와 제도적 요인을 배제하면 전략 및 투자와 생태계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전략 및 투자의 문제는 원천 및 핵심기술에 대한 중장기적 전략과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투자의 부재다. 엔지니어링 분야의 핵심 및 원천기술은 라이센스 확보, 핵심기자재, 선행설계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분야이며, 시장에서의 기술수명이 타 산업에 비해 상당히 긴 아날로그적 성격을 가진다. 이러한 기술 확보와 시장진입을 위해서는 십년 이상의 지속적인 투자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정부와 기업의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이윤과 성과창출이 가능한 분야에 재원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또 다른 하나는 국내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 전방에 있는 기업 생태계의 불안정한 구조다. 급속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던 시기부터 국내 건설 및 엔지니어링 기업 대부분은 저가의 인건비와 성실함을 무기로 국내외 시공단계의 사업에 주력해 왔다. 그리고 2000년대에 들어서서 이 기업들은 상세설계를 포함한 조달과 시공, 시운전을 포함하는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해 글로벌 시장의 점유율을 높여 왔다. 하지만 승자 독식의 플랜트엔지니어링 시장구조에서 글로벌 기업에 의한 기술지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재도약을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전략은 무엇일까?

첫째는 국내 기업들이 강점을 가진 분야에 대한 활용 가능한 지식형태의 축적이고, 둘째는 창의적 재생산을 위한 지식의 재활용이다.

먼저 지식의 축적에 대해서 살펴보자.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면 반복할 수밖에 없다”고 미국 철학자 조지 산타야나는 말했다. 지금까지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이 잘해 왔고 많은 경험이 축적된 분야 즉, EPC(설계·조달·시공)와 운전 및 유지보수 분야에서 재도약을 위한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다.

우선 입찰을 위한 견적설계 단계부터 계약, 상세설계, 조달, 시공, 시운전, 운전, 유지보수, 폐기단계까지 국내 기업들이 축적한 수많은 자료와 경험을 데이터로 전환해 단계 간 연계 및 보존하기 위한 틀이 구축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산에서부터 활용까지의 수명주기와 관련 이해당사자들의 요구사항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디지털화가 진행돼야 한다. 여기서 이해당사자는 정책 및 제도입안자, 수요기업, 데이터 보유 기업, 솔루션기업 등이 포함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마중물로서 지식 보존을 위한 틀을 구축하기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기업은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을 정립해 데이터를 축적해 나가야 할 것이다.

다음으로 지식의 활용에 대해 살펴보자. 글로벌 선도 기업들이 각국의 지원하에 방대한 데이터를 수집·분석해 제품화 및 서비스를 위한 사업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빅 데이터를 가진 모든 기업이 경쟁우위를 차지하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이 보유한 데이터와 원하는 솔루션과 서비스는 동일할 수가 없다. 경쟁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데이터의 생산과 활용 경로를 제대로 파악하고 있는 기업 고유의 비즈니스 모델 개발이 필수적이다. 즉, 데이터의 축적이 전제된 조건에서 학습모델 등을 포함한 활용기술 개발에 대한 정부의 투자와 서비스에 대한 개별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재도약에 대한 답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디지털혁명 시대에서 플랜트엔지니어링 산업의 고부가가치 영역은 보존된 지식과 타 분야 기술과의 융합을 통해 그 정의가 변할 수 있다는 것을 되새겨봐야 한다. 여기에 아날로그적 원천 및 핵심기술 확보를 위한 중장기적 투자 또한 필히 병행돼야만 재도약을 넘어 플랜트엔지니어링 강국으로 성장할 것이다. 특히 디지털혁명의 과정에서 정부는 기술개발과 시장까지의 복잡한 네트워크를 풀어가는 참을성 있는 안내자 역할을 하고, 기업은 지식산업 측면에서 엔지니어링산업에 대한 해법을 구해야 할 것이다. /고등기술연구원 연구위원